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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마인드셋/독서 리뷰

'헤아려 본 슬픔' 책 리뷰 | C.S. 루이스의 애도 철학과 삶의 통찰

by 모험하는 소녀 2025.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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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려 본 슬픔 – 언니의 죽음과 함께한 나의 기록


언니가 떠났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너무도 생생했지만, 동시에 믿기지 않았다. 현실이라는 것이 한순간에 뒤틀려 버린 기분이었다.

그렇게 몇 달을 버텼다. 아무렇지 않은 척, 나는 여전히 일상을 살아갔다.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했고, 마치 모든 것이 괜찮은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속에서는 무언가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언니가 없는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C.S. 루이스의 헤아려 본 슬픔을 펼쳤다. 그리고 몇 장을 읽지도 못한 채, 결국 참아왔던 슬픔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책 속의 루이스가 마치 내 감정을 대신 말해 주는 것만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우리는 단순히 한 사람을 잃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 나눴던 대화, 함께 웃고 울던 순간들까지 모두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루이스도 그런 감정을 겪었다.

"나는 조이가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조이가 없어진 삶을 살아간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멍해졌다. 언니가 없는 삶. 아니, 언니가 없어진 삶. 이것이 내 마음을 이렇게도 정확히 표현해 줄 수 있다니.

나는 언니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빈자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집을 나설 때마다, 언니와 함께 걷던 길이 떠올랐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언니가 따라 부르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여전히 그녀와 함께했던 순간 속에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슬픔이란, 단순한 아픔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했던 흔적이 아닐까? 루이스가 조이를 떠나보내고도 그녀를 온전히 잊지 못했던 것처럼, 나 역시 언니를 완전히 떠나보낼 수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사회심리학자의 거장인 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사랑에 대해 깊이 탐구한 사람이었다. 그는 사랑이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가장 본질적인 힘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프롬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는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이란 서로의 존재 속에 깊이 뿌리내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 우리는 마치 자신의 일부를 잃은 것처럼 느낀다. 루이스가 아내를 잃고 혼란에 빠졌던 것처럼, 나도 언니를 잃고 나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게 되었다.

"나는 조이 없이 누구인가?"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나는 언니 없이 누구인가?"

 



언니는 나의 일부였다. 우리는 함께 성장했고, 서로의 삶을 공유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혼자가 되었다. 루이스도 같은 길을 걸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그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깨달았다. 나의 슬픔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사람들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음을.

프롬이 말했던 것처럼, 사랑은 우리가 함께 나눈 순간들 속에 남아 있다. 그 사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루이스를 통해 배웠다.

언니가 떠난 후, 나는 신을 원망했다. 왜 하필이면 언니였을까?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걸까?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왜 이토록 깊은 슬픔을 허락한 것일까?

루이스도 같은 질문을 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을 깊이 연구한 사람이었지만, 아내를 잃고 난 후 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다.

"왜 신은 이런 고통을 허락하는가?"

책을 읽으며, 나는 내 마음을 그대로 적어 놓은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신을 믿고 싶었지만, 동시에 이해할 수 없었다. 신이 정말 사랑이라면, 왜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가야만 했을까?

그러나 루이스는 결국 신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신을 향해 끝없이 질문을 던졌고, 믿음이란 단순한 확신이 아니라 흔들리는 순간에도 붙잡고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나는 이 부분에서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믿음이란 무엇일까. 나는 언니가 떠난 후 신을 향한 믿음을 내려놓고 싶었지만, 동시에 완전히 놓을 수도 없었다. 어쩌면 루이스가 말했듯이, 믿음은 우리에게 고통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슬픔을 피하려고만 했다. 울지 않으려고 했고,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숨겼다. 하지만 헤아려 본 슬픔은 나에게 다른 길을 보여주었다.

루이스는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는 아내의 흔적을 지우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기억하며, 그녀가 여전히 자신의 일부임을 받아들였다.

나는 그를 보며 결심했다. 이제는 내 슬픔을 피하지 않겠다고. 언니의 흔적을 지우려 하지 않겠다고. 언니가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녀를 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한동안 언니와 함께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기억들이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슬픔은 우리가 사랑했던 흔적이며, 사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여전히 살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루이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사랑을 통해 새로운 삶을 배웠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언니가 그립다. 하지만 이제는 그리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내가 언니를 사랑했던 증거이기 때문이다.

C.S. 루이스는 나에게 슬픔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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